2010년, 첫 잔의 기억
저는 호산 로스터스의 로스터 최우진입니다. 1985년에 태어나, 2010년 봄에 처음으로 손님께 커피 잔을 내었습니다. 종로의 작은 카페 카운터에서 일했던 그날, 첫 잔을 받으신 손님이 “이건 다른 잔보다 좀 더 따뜻해요”라고 말씀하셨습니다. 그 한 마디가 14년의 시작이었습니다.
그때까지 저는 잔을 단지 음료로만 알고 있었습니다. 따뜻한 잔이 왜 따뜻한지, 단단한 잔이 왜 단단한지를 묻기 시작한 것은 그날 이후입니다. 어떤 손님은 잔을 받으면 옅게 웃고, 어떤 손님은 한 모금 마시고 멈춥니다. 잔에 담기는 것은 음료만이 아니었습니다.
이듬해, 일본 교토의 작은 로스터리에서 한 달간 견습을 했습니다. 60대 로스터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만 볶는 모습을 보고, 저는 처음으로 “덜 만들고 잘 만든다”는 말의 무게를 배웠습니다. 한국으로 돌아오면서, 언젠가 작은 카운터 하나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.